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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황정연, 오픈갤러리 학예팀
그림을 감상하는 것을 어렵게 생각하고, 예술이라 하면 특정 계층만이 누리는 고급문화라는 인식은 예부터 존재해 왔습니다. 19세기 이전에 그려진 작품들은 역사화, 신화(종교화), 그리고 귀족들의 초상화 등이 주를 이루었기 때문에 일반 서민들의 입장에서 예술의 영역은 나와는 무관한 ‘그들’ 만의 세계였습니다. 하지만 19세기 이후 대중매체의 발달과 함께 고급 예술과 대중 예술의 경계는 모호해지기 시작하자, 역사학자들 역시 그림의 표면적인 내용 뿐만 아니라 그 속에 담긴 당시 사회의 이면과 화가의 삶을 읽어 내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러한 접근은 단순한 재현의 도구로 여겨졌던 그림이 사회를 보여주는 창으로써, 그리고 화가를 비추는 거울로써 작용했을 것이라는 해석에서 출발하였습니다. 더불어 신격화되고 고급화된 예술에서 벗어나 그림에 조금 더 친근하게 다가서려 했던 시도였습니다.
지금부터 우리가 한 번쯤 보았을 법한 작품이지만 그 속에서 읽어내지 못했던 당시의 사회 분위기, 문화 그리고 화가 개인의 삶 등 표면에 드러난 요소 뒤에 숨어있는 이야기를 통해 색다른 작품 해석을 해보려 합니다. 작품에 활용된 구도나 표현기법, 등장인물, 도상 등은 무심코 지나쳐버리기 쉽지만, 사실은 목적이있는 장치로써 사회 혹은 화가 개인의 삶을 유추하는 단서가 됩니다. 마치 수수께끼를 푸는 것 같은 이러한 감상법은 이미 보았던 작품을 번외편으로 보았을 때처럼,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시각으로 작품을 바라보게 만듭니다.

우선 작품이 제작된 시기의 사회문화적 배경을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을 살펴보고, 이어 화가 개인의 사생활이나 겉과 다른 속뜻이 숨어있는 작품들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그림으로 읽는 사회문화
회화는 수천 년 전부터 발달한 장르로 사회의 변화상을 반영하는 매개체이기도 합니다. 작품의 구도나 표현법을 살펴보면 당대의 지배적 가치관 혹은 사회의 변화 과정을 유추해볼 수 있고, 그림 속 인물의 생활상, 의복 등을 통해서는 문화를 엿볼 수 있습니다. 첫번째로 소재가 같은 두 그림을 비교하며 구도와 표현법에 반영된 시대적 차이를 이해하고, 다음으로는 사회문화적 배경이 도상 해석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 분석해볼 것입니다.
1. 작품의 구도와 표현법에 반영된 시대적 분위기
아래의 작품들은 각각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와 틴토레토 로부스티(Tintoretto Robusti)의 <최후의 만찬(The last supper)>입니다. 두 작품은 예수가 죽기 전 제자들과 함께 마지막 식사를 하는 장면을 공통적으로 묘사하고 있지만 색감, 구도, 인물의 움직임 등에 확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단순히 작가의 기교나 개성을 나타낼 수도 있지만, 여기서는 작가가 활동한 시대의 사회적 차이에 보다 집중하여 작품을 재조명해보려 합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 1495~1497
틴토레토 로부스티의 <최후의 만찬>, 1592~1594
다빈치의 작품은 틴토레토의 작품보다 정돈된 느낌이 두드러집니다. 그런 느낌이 드는 이유는 다빈치의 작품 속 예수를 중심으로 6명씩 좌우로 구성된 대칭적 구도와 방 안의 선과 면들이 화면 중앙의 하나의 소실점으로 모이는 원근법적 구도 때문입니다. 당시 15세기 후반 르네상스 시대는 합리성과 이성을 추구하였고, 다빈치의 이러한 계산적인 구도와 원근법은 그 규칙성만으로도 당대의 시대 분위기에 높은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였습니다. 9미터에 가까운 이 거대한 그림의 구도만으로도 인간의 이성을 중시했던 당시의 사회 분위기를 읽을 수 있는 것입니다.

다음은 틴토레토의 <최후의 만찬>입니다. 과감한 사선 구도, 빛과 어둠의 강렬한 대비, 그 속에서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사람들로 인해, 최후의 만찬 풍경은 위에서 살펴본 다빈치의 작품과는 대조적으로 드라마틱한 느낌을 자아냅니다. 틴토레토가 이 그림을 그렸던 당시 베니치아는 교회의 부패로 인해 종교적 위기를 맞았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흑사병까지 도시를 강타해 수많은 병자들이 교회의 손길을 필요로 할 때 였습니다. 이에 조국을 사랑했던 틴토레토는 현실을 극복하고자 지상과 천상을 결합한 극적인 장면을 연출했으며, 어업과 무역업에 종사하며 우울하고 위태롭게 살아가던 당시의 사람들을 서로 협력하며 능동성을 발휘하는 모습으로 승화시켜 그려냈던 것이었습니다.

다빈치와 틴토레토는 같은 소재를 그림에 담았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구도와 표현을 통해 시대적인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작품의 소재를 넘어 그 뒤에 자리잡은 시대의 맥락을 이해하면 더욱 풍부하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2. 사회문화의 이해와 도상 해석
앞서 보았듯이 작품에 표현된 요소들은 재현 그 이상의 의미, 즉 화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대변하는 일종의 장치로서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한 장치에는 사회적 의미가 반영된 경우가 대다수이며, 그러한 도상들을 자의적으로 해석할 경우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얀 반 에이크의 <아르놀피니의 결혼식>, 1434
미술사학자이자 도상해석학을 제창한 파노프스키(Erwin Panofsky)는 화가 얀 반 에이크(Jan van Eyck)의 <아르놀피니의 결혼식>에 등장하는 평범한 사물들에 상징적인 의미가 녹아 있다고 주장합니다. 예를 들어 아르놀피니의 머리 위로 켜 있는 하나의 초는 신의 통찰력과 지혜 혹은 '신 안에서의 하나됨'을, 바닥에 벗어 놓은 신발은 결혼식이 수행되는 공간의 신성함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반면 20세기 후반의 미술사학자인 장 밥티스트 브도(Jan Baptist Bedaux)는 15세기 북유럽에서는 낮에도 실내에 초를 켜놓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신발은 예물을 교환할 때 신랑이 신부에게 선물하던 물품이었음을 지적하며, 당시의 사회문화를 간과한 파노프스키의 해석을 비판했습니다. 한편 브도는 작품 속 ‘완전함’, ‘결혼’을 상징하는 십계명1)이 조각된 거울에 주목하였고, 이를 근거로 당시 결혼은 ‘종교적인 성사’의 성격을 띤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이는 당대 지배적이었던 그리스도 교리를 기반으로 한 해석이었기 때문에 설득력을 얻을 수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브도의 해석에 손을 들어 주곤 했습니다.

미술사학자 파노프스키와 브도는 같은 그림을 해석했음에도 불구하고 각각 다른 도상에 집중해 서로 다른 의미를 도출하였습니다. 이처럼 사회문화를 이해하는 깊이에 따라 같은 작품일지라도 완전히 다른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당시의 지배적 가치관을 기반으로 한 해석이 더 큰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은밀한 속내를 엿보다
지금까지는 사회 문화의 맥락을 담은 그림들을 비교해보았다면, 이제부터는 화가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은 작품들을 살펴보려 합니다. 작품 속 시점, 비밀스럽게 수정된 부분, 화가와 등장 인물의 관계 등에 주목하여 살펴본다면 화가의 성격이나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화가의 의도까지 읽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1. 요하네스 베르메르(Johannes Vermeer), 알고 보면 그는 응큼한 남자?
요하네스 베르메르, 그는 17세기 서양화의 주류였던 바로크 미술을 대표하는 화가로서 바로크 양식을 따르되 자신의 독창적인 작품을 탄생시킨 거장 중의 거장입니다. 베르메르의 대표적인 작품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의 뒷이야기를 다룬 동일 제목의 영화에서 그는 차분한 성격을 가진 반면 속을 잘 드러내지 않는 차가운 남자로 그려졌습니다. 이 캐릭터가 과연 사실일지 궁금해집니다만, 많은 역사학자들은 그의 속이 사실은 응큼함으로 가득 찼음을 그의 또다른 작품 <우유를 따르는 여인>을 통해 설명합니다.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우유를 따르는 여인>, 1658~1660
처음에는 표현력에 압도되어 다른 것을 볼 수 없지만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화가가 그려넣은 상징물(symbol)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왼쪽 벽 창살, 벽에 걸린 바구니, 테이블 옆면 등에 자를 대고 선을 그어보면 직선들이 하나의 소실점으로 모이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소실점의 위치는 곧 베르메르의 눈높이를 알 수 있게 하는 단서인데, 바로 여인의 풍만한 가슴으로 시선이 모아진다는 것입니다. 앞서 살펴보았던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속 소실점 기억하시나요? 우리는 이 점에서 소실점이 화면에 규칙성을 부여할 뿐만 아니라, 화가의 눈높이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하는 요소임을 알 수 있습니다.

구도에서도 재미있는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왼쪽에 비해 오른쪽은 텅 비어 있고 아래쪽에 작은 상자 하나가 놓여져 있습니다. 레이크스 국립 박물관(Lakes National Museum)에 따르면, 원래 그 자리에는 빨래 바구니가 그려져 있었고, 상자는 바구니가 지워진 이후 그려진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왜 빨래 바구니를 지우고 저 작은 상자를 그렸을까?” 라는 의문이 생깁니다. 이 상자는 풋 워머(Foot warmer)로 밟으면 따뜻해지는 일종의 히터와 비슷한 장치인데 이는 밟음과 동시에 여성의 치마 속을 따뜻하게 해주기 때문에 남성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상징물로 여겨졌습니다. 치밀한 계산 속에 자신의 응큼한 속내를 담으려 한 화가의 발칙한 상상의 세계를 그려낸 이같은 작품처럼, 그림 속에 숨은 이야기들은 색다르고 재미난 이야기를 선사합니다.
2. 에드가 드가(Edgar Degas)의 에로티시즘
베르메르가 상징물을 통해 자신을 드러냈다면, 에드가 드가는 등장인물을 통해 자신의 성향,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드가는 인물동작의 순간적인 포즈를 교묘하게 포착하는 화가였습니다. 그는 꽤 젊은 나이에 살롱에서 입선을 하기도 했는데, 입선 작품의 제목은 <실내(강간)>이었습니다. 드가는 동작을 묘사하는 데는 집중했지만 사실 인물의 개성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습니다. 즉 드가는 개성보다는 익명성을 그리고 싶어했고, 그 익명성은 인물의 인체의 등이나 다리를 그리기 좋아하는 그의 에로티시즘적 성향으로 이어집니다. 어느 날부턴가 드가는 이러한 자신의 독자적인 방향성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는 대상으로 ‘무용수’를 선택하였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작품에 등장시켰습니다.
그런데 드가의 작품을 보면 무용수 외에 대머리 아저씨부터 살펴보면 발레의 연출가 혹은 음악가와 같은 또 다른 인물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들 역시 드가의 작품 속 항상 등장하는 단골 손님입니다. 드가는 왜 이 대머리 아저씨를 자신의 작품속에 등장 시켰을까요? 바로 늙은 남성의 음흉함과 대비되는 소녀들의 순결성이 강조되어 작품의 에로티시즘이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드가도 베르메르 만큼 치밀한 사람임이 틀림없습니다. 그렇다면 화면 오른쪽에 졸고있는 두 남성은 누구일까요? 연출가 혹은 음악가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두 사람은 바로 충격적이게도 무용수들의 애인입니다. 드가는 무용에 큰 관심을 주지 않았던 당대 사회적 분위기를 나타냄과 동시에 부자의 애인이 되지 않으면 생계를 이을 수 없었던 무용수들의 슬픈 현실까지도 폭로하고자 했습니다.
3. 에두아르 마네(Edouard Manet)의 복잡한 연애사
다사다난한 가족사와 연애사 등 개인적인 이야기가 작품의 소재가 되고 화가에게 영감을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를 에두아르 마네의 사례를 통해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에두아르 마네의 <독서, 마네 부인과 아들 레옹 코엘라-린호프>, 1865~1873
작품 속 주인공, 쉬잔 린호프(Suzanne Leenhoff)는 마네의 아버지가 고용한 피아노 과외 선생이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마네와 그녀는 사랑에 빠집니다. 이 둘에 관하여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이들이 10년간이나 연인관계를 숨겨왔고 마네의 아버지가 죽은 1년 후에야 비로소 결혼을 했다는 점입니다. 왜 그랬을까요? 쉬잔은 그들의 비밀연애 중에 아들을 하나 낳았는데, 그가 바로 작품 속 레옹 린호프(Leon koella Lenhoff)입니다. 그런데, 쉬잔은 그 아이의 아버지가 마네 혹은 그의 아버지 둘 중에 한 명이라는 폭탄 발언을 하게 됩니다. 레옹 린호프는 이후 오랫동안 쉬잔 린호프의 늦둥이 남동생이라고 알려졌고, 성 또한 마네가 아닌 린호프로 등록되게 됩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한 여자를 사랑했다는 사실에 마네는 한동안 힘들어했지만 쉬잔을 많이 사랑하였기에 고민 끝에 결혼을 결심하였고, 레옹까지도 받아들이기로 결심한듯 작품 <독서, 마네 부인과 아들 레옹 코엘라-린호프> 속에도 뒤늦게 레옹을 그려 넣었습니다. 하지만 그 어색함을 감출 수 없어 안타까움을 주죠.
마네가 그린 베르트 모리조
Edouard Manet, <Berthe Morisot with a bunch of violets>, 1872 / <Berthe Morisot with a Fan>, 1872
마네의 작품에는 쉬잔 외에 무려 11번이나 등장하는 또 다른 여인이 있습니다. 그녀는 인상파를 대표하는 화가 베르트 모리조(Berthe Morisot)로 인상파 화가들 모임에서 시작된 인연을 계기로 마네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 후 그녀는 마네와 그의 작품을 동경하는 마음에 마네의 모델을 자처하며 잦은 만남을 가졌고, 그렇게 그들의 관계는 더 끈끈하게 발전하였습니다. 욕심이 많았던 마네는 쉬잔 뿐만 아니라 모리조도 가까이 두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막장 드라마는 끝나지 않습니다. 모리조는 마네의 제안으로 마네의 남동생과 결혼하게 되며 외동딸 줄리를 낳게 되는데, 딸 줄리의 출신도 의심이 되었다는 점이 충격을 줍니다. 요즘 유행하는 막장 드라마의 원조 격인 셈입니다. 이처럼 마네의 작품들은 언뜻 보면 평범한 일상 혹은 초상화 같지만 작품 속 비밀스럽게 수정된 부분이나 작품을 거듭해 반복적으로 그려진 인물을 통해 화가의 연애사를 엿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작품에 숨어있는 다양한 요소들을 통해 사회문화적 배경과 더불어 화가의 개인적인 삶과 취향을 읽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사회적 측면부터 개인사에 이르기까지 작품 이면에 숨겨진 맥락과 뒷이야기는 그림을 감상하는데 또다른 즐거움과 신선함을 선사합니다. 그동안 어렵게 느껴졌던 작품이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지금부터 그 그림 속 숨은 이야기를 파헤쳐보세요. 예술이 한층 더 친근하게 다가오는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용어해설
1) 10개의 예수 수난 장면. 완전함을 상징하며, 기독교에서 지켜야 할 10개의 규범을 나타내기도 한다.
참고문헌 / 자료
권용준, 「테마로 보는 서양미술」, 살림츌판사
야마다고로/ 고야마 준코, 「변태 미술관」, 21세기북스
‘조금 색다른 최후의 만찬’, <경기신문>, 정윤희 에세이스트, 2017-10-26
<The National Gallery, London (http://www.nationalgallery.org.uk/)>, 지엔씨미디어 제공
<NAVER TV> 미술과 친구되는 미친 TV: 서양화가 최연욱의 <비밀의 미술관> (http://tv.naver.com/v/2107176) - 12편 ‘마네의 콩가루 집안사’